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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TIL #1] UT 회고: 사용자는 큰 것보다 익숙한 것을 먼저 본다

besoluble 장은솔 2026. 9. 1. 22:19

오늘 두 번의 UT에서 예상과 다른 사용자 행동을 관찰했다. 검색 결과 상단에는 결과가 어떤 기준으로 좁혀지는지 보여주는 필터 퍼널을 비교적 크게 배치해두었다. 화면에서 꽤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이 영역을 먼저 탐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UT에 사용한 검색 화면. 상단에 필터 퍼널, 오른쪽에 필터 패널, 아래에 검색 결과 리스트가 있다.

UT에 사용한 검색 화면. 1.상단 필터 퍼널(Funnel), 2.오른쪽 필터 패널(Filter), 3.아래 검색 결과 리스트(Results)


그런데 사용자들은 이 영역에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오히려 화면을 바로 아래로 스크롤해 검색 결과 리스트부터 확인했다. 처음에는 이 필터의 Information Scent가 부족한 걸까, 조금 더 눈에 띄게 만들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궁금증으로 Information Scent를 찾아보다가 그 개념이 속한 Information Foraging Theory까지 공부하게 됐다.


처음에는 필터 UI를 어떻게 개선할지 알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공부할수록 "사용자가 왜 필터보다 결과를 먼저 봤는가"를 바라보는 질문 자체가 달라졌다.



1. Information Foraging Theory

Foraging은 동물이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는 행동을 뜻한다. 동물은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로 먹이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무작정 한 장소만 뒤지지 않는다. 어디에 먹이가 있을 것 같은지 판단하고, 한 장소에서 먹이를 얻어보고, 여기서 계속 찾을지 다른 곳으로 이동할지를 결정한다.


Pirolli와 Card가 제안한 Information Foraging Theory는 사람의 정보 탐색도 이와 비슷하다고 본다. 검색 결과 하나를 더 읽을지, 검색어를 수정할지, 필터를 사용할지 같은 행동 역시 제한된 시간과 노력 안에서 가치 있는 정보를 얻는 속도(rate of gain)를 높이려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번 UT와 연결해서는 네 가지 개념을 중심으로 이해해봤다.

  • Information Scent: 어디에 정보가 있을 것 같은지를 알려주는 단서
  • Information Patch: 지금 정보를 찾고 있는 정보 덩어리
  • Cost vs. Information Gain: 여기서 계속 찾을지 판단하는 원리
  • Enrichment: 앞으로 더 잘 찾기 위해 정보 환경을 개선하는 전략


1-1. 탐색의 단서, Information Scent

동물이 먹이를 발견하기 전에 냄새로 방향을 잡는 것처럼, 사람도 정보를 직접 열어보기 전에 주변 단서로 "이쪽으로 가면 원하는 정보가 있을 것 같다"고 판단한다. 이때의 단서가 Information Scent다. 논문 검색 화면에서는 논문 제목, 저널명, 저자, 검색 결과 개수, 필터의 라벨 같은 것들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NN/g에서는 Information Scent가 화면에 보이는 라벨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UI가 보여주는 단서와 주변 맥락, 그리고 사용자가 과거에 가지고 있던 경험이 함께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나는 필터 퍼널이 크고 눈에 띄기 때문에 사용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시각적으로 눈에 띄는 것과 강한 Information Scent를 갖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었다.


사용자는 이미 수많은 검색 서비스에서 "검색어를 입력한다 → 결과가 나온다 → 제목을 읽는다 → 원하는 결과인지 판단한다"는 흐름에 익숙하다. 지금 목표가 '관련 있는 논문 찾기'라면 검색 결과 리스트는 제목 몇 개만 읽어도 판단이 서는 직접적이고 익숙한 단서다. 반면 새로 만든 퍼널은 화면에서 더 크게 보이더라도 "이 그래프가 무엇을 의미하고, 원하는 논문을 찾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한 번 더 해석해야 한다.


그러니 검색 결과 리스트가 먼저 선택된 이유를 "필터가 충분히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만 볼 수는 없었다. 검색 결과 리스트가 기존 경험과 현재 목적 덕분에 훨씬 강한 Information Scent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가장 먼저 바뀐 생각이었다.



1-2. 탐색하는 정보 덩어리, Information Patch

Patch는 '구역'을 뜻한다. 먹이는 열매가 많이 열린 나무처럼 특정 구역에 몰려 있는 경우가 많고, Information Foraging에서는 정보도 마찬가지로 여러 정보원이나 결과 집합에 몰려 있다고 본다. neutron emission profiles를 검색해서 나온 논문 100개, 즉 지금 탐색하고 있는 검색 결과 집합을 하나의 Information Patch로 생각해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사용자가 patch에 들어온 순간에는 이곳에 좋은 정보가 얼마나 있는지 아직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몇 개를 먼저 본다. 관련 있는 논문이 계속 나오면 여기서 조금 더 보면 될 것 같고, 관련 없는 논문이 반복되면 계속 보는 것이 점점 비효율적으로 느껴진다. 즉 검색 결과를 보는 것은 단순히 정보를 소비하는 행동이 아니라, 현재 patch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평가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개념을 알고 나니 UT에서 사용자가 바로 스크롤을 내린 행동도 다르게 보였다. 처음에는 "사용자가 필터 퍼널을 무시하고 검색 결과로 내려갔다"고 해석했다. 그런데 Patch 관점에서 보면 "사용자가 검색 결과라는 patch의 품질을 먼저 확인하고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일단 스크롤해서 결과를 몇 개 보는 행동' 자체가 이후의 탐색 전략을 정하기 위한 진단 과정일 수도 있었다.



1-3. 탐색을 계속할지 판단하는 원리, Cost vs. Information Gain

그렇다면 사용자는 현재 patch 안에서 언제까지 정보를 찾을까. Information Foraging에서는 "여기에 정보가 있는가"만이 아니라 그 정보를 얻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도 함께 본다. 결과를 하나 더 읽는 시간, 새로운 UI를 이해해야 하는 인지적 부담, 필터 조건을 결정하고 조작하는 수고가 모두 Cost다. 사용자는 명시적으로 계산하지 않더라도 "여기에 시간을 조금 더 썼을 때 얻는 것이 충분히 많은가"를 계속 판단한다.


내가 테스트한 화면에서 사용자는 검색 직후 두 가지 행동을 할 수 있었다.

  • A) 조금 더 스크롤해서 논문 제목 하나를 확인한다.
  • B) 필터 퍼널을 이해하고, 유용한 조건을 판단해 선택하고, 바뀐 결과를 다시 확인한다.

B를 잘 사용하면 이후에는 더 좋은 결과만 빠르게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검색을 막 시작한 순간에는 A가 훨씬 싸다. 무엇보다 사용자는 아직 "지금 검색 결과가 정말 필터를 사용할 만큼 나쁜가"를 모른다. 몇 개만 읽어봤는데 원하는 논문이 바로 나온다면 필터를 이해하고 조작할 필요가 없다. 일단 검색 결과부터 확인한 행동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그래서 '스크롤 = 필터에 관심 없음'이라는 해석도 위험할 수 있겠다고 느꼈다. 사용자는 결과 하나를 더 확인하는 비용이 아직 충분히 싸다고 판단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반대로 관련 없는 결과가 반복되면 계산이 달라지고, 검색 환경을 한번 바꿔두는 쪽이 더 효율적일 가능성이 생긴다. 여기서 Enrichment가 등장한다.



1-4. 정보 환경을 개선하는 전략, Enrichment

Enrichment는 '질을 높인다'는 뜻이다. Information Foraging에서 Enrichment는 정보의 양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 효율적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자신의 정보 환경을 손보는 행동을 가리킨다.


논문 검색에 대입하면 이해하기 쉽다. 검색 결과 100개에 관련 없는 논문이 너무 많이 섞여 있다고 해보자.

  • 특정 저널만 선택한다. 100개 → Journal 필터 → 36개
  • 발행 연도를 추가로 제한한다. 36개 → Year 필터 → 13개
  • 혹은 검색어를 더 구체적으로 수정한다. neutron emission → neutron emission profile JT-60U

이런 행동에는 당장의 비용이 든다. 어떤 조건을 쓸지 고민해야 하고, 필터를 조작하거나 검색어를 다시 입력해야 한다. 하지만 한 번 환경을 잘 바꿔두면 100개의 결과를 하나씩 확인할 필요가 없어진다. 즉 Enrichment는 지금 정보 하나를 더 얻는 대신, 앞으로 정보를 얻는 효율을 높이기 위해 투자하는 행동이다.


이렇게 보니 만들고 있는 필터도 다르게 보였다. 이전에는 필터를 '검색 결과를 좁히는 기능'이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사용자가 검색 환경을 Enrichment하도록 돕는 도구로 볼 수도 있었다. 그리고 가장 궁금해진 질문은 이것이었다. 사용자는 언제 '조금 더 찾아보는 것'보다 '찾는 환경을 바꾸는 것'에 투자하기 시작할까. 처음에는 필터가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사용자는 아직 필터를 사용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던 것일 수도 있었다. 사용자는 필터를 쓰고 싶은 것이 아니라 원하는 논문을 찾고 싶은 것이고, 필터는 그 목적에 도움이 된다고 느껴지는 순간에만 쓸 이유가 생긴다.



2. Information Foraging을 실제 검색 UI에 대입해보기, Faceted Search

여기까지 공부하고 나니 만들고 있는 검색 UI를 Faceted Search라는 관점에서도 다시 보고 싶어졌다. Faceted Search는 Information Foraging Theory의 하위 개념이 아니다. Information Foraging Theory가 정보 탐색을 이해하기 위한 이론적 렌즈라면, Faceted Search는 검색 서비스에서 결과를 탐색하고 좁힐 수 있게 만드는 Interaction Pattern이다.



2-1. 여러 '면'을 보면서 검색 결과를 좁히기

Facet은 '어떤 것의 한 면'을 뜻한다. 다이아몬드의 깎인 면을 떠올리면 쉽다. 논문 하나도 저널, 발행 연도, 저자, 분야 같은 여러 면으로 볼 수 있고, Faceted Search는 이 면(facet)을 기준으로 검색 결과를 좁혀가며 탐색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Faceted Search에서는 처음부터 모든 검색 조건을 알고 있을 필요가 없다. 우선 넓게 검색하고, 결과를 보면서 필요할 때 조건을 하나씩 추가하면 된다. 결과를 확인하고, 너무 넓다고 느끼면 Journal을 선택하고, 그래도 많으면 Year를 추가하는 식이다. 조건을 모두 설정한 뒤 결과를 확인하는 일방향 과정이 아니라, 결과와 조건 사이를 오가면서 자신의 요구를 조금씩 구체화하는 탐색 과정에 가깝다.



2-2. 사용자는 Result와 Facet을 오가며 탐색한다

Faceted Search 환경에서 사용자가 실제로 어디를 보는지 관찰한 연구도 있었다. Kules, Capra, Banta, Sierra는 2009년 faceted library catalog에서 exploratory search 중인 사용자를 eye tracking으로 관찰했다. 한 task에서 참가자들은 검색 결과를 약 50초, facet을 약 25초, query를 약 6초 바라봤다. 결과를 가장 오래 봤지만, 연구에서는 facet 역시 exploratory search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한다.


필터가 중요한 기능이라면 사용자가 필터를 먼저, 더 오래 봐야 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았다. 검색 결과를 보는 행동과 facet을 사용하는 행동은 탐색 과정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앞의 개념들을 연결하면 그 관계가 보인다.

  1. 검색 결과를 탐색한다, Information Patch: 현재 검색 결과라는 정보 덩어리에서 몇 개를 확인한다.
  2. 제목과 메타데이터를 본다, Information Scent: 각 논문이 얼마나 관련 있어 보이는지 판단한다.
  3. 계속 볼지 판단한다, Cost vs. Information Gain: 이 결과를 더 보는 것이 여전히 효율적인지 판단한다.
  4. 필요하다면 Facet을 사용한다, Enrichment: 저널이나 연도 조건으로 관련 정보의 비율을 높인다.
  5. 좁혀진 결과를 다시 탐색한다.

이렇게 보니 Faceted Search는 단순히 여러 필터를 제공하는 UI라기보다, 사용자가 결과를 보면서 자신의 Information Patch를 점진적으로 Enrichment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Interaction Pattern으로 볼 수 있었다. 사용자가 검색 결과부터 본다는 사실과 facet이 중요한 기능이라는 사실은 모순되지 않는다. 먼저 결과를 확인해야 "지금 이 정보 환경을 굳이 바꿀 필요가 있는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니 두 번의 UT에서 사람들이 퍼널을 지나 바로 결과 리스트로 내려간 행동도 덜 이상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3. 그래서 질문은 어떻게 바뀌었는가

처음 질문은 꽤 UI 중심이었다. "어떻게 하면 사용자가 이 필터를 더 잘 보게 만들 수 있을까?" 공부를 거치면서 질문은 두 번 바뀌었다. "왜 사용자에게는 필터보다 검색 결과 리스트가 더 강한 Information Scent를 가졌을까?"를 지나, 지금은 이렇게 남았다.


"사용자는 언제 현재 결과에서 원하는 정보를 충분히 얻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언제부터 탐색을 계속하는 것보다 검색 환경을 Enrichment하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느낄까?"


처음에는 사용자가 필터를 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 가능성 문제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결과를 먼저 보는 것이 충분히 합리적인 탐색 행동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결과가 좋은지 나쁜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몇 개를 먼저 확인해보는 것은 가장 비용이 낮은 선택이다.


그래서 다음 UT에서는 '사용자가 필터를 발견했는가'만 보는 것으로는 부족할 것 같다. 사용자가 몇 개의 결과를 확인한 뒤 탐색 전략을 바꾸는지, 관련 없는 결과가 반복될 때 어떤 행동이 나타나는지, 어느 순간 검색어를 수정하거나 facet을 사용하기 시작하는지를 더 자세히 보고 싶다.


결론적으로 '필터 사용률' 같은 것이 아니라, 유의미한 논문을 처음 클릭하거나 저장하기까지 걸린 시간, 검색어 재작성 횟수, 결과 탐색량이 더 중요하다. 필터를 쓰지 않았는데 원하는 논문을 빨리 찾았다면 그것이 더 좋은 UX이기 때문이다. 굿!



참고한 자료

Information Foraging의 전체 개념과 Information Scent는 NN/g의 글이 가장 쉽게 읽혔다. 원 개념은 Pirolli & Card의 1999년 논문을, Faceted Search에서 사용자가 결과와 facet을 어떻게 탐색하는지는 Kules et al.의 연구를 참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