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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록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살아남기』 (ing)

besoluble 장은솔 2026. 6. 24. 08:40


260626 ~p50
툴러가 아닌 설계하는 사람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살아남기』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예전에 다녔던 회사에서의 경험이었다. 그 회사는 기획팀과 UI 디자인팀이 분리되어 있었고, 나는 UI 쪽 담당이었다. 그런데 얼마 일하지 않고 바로 느꼈다. 나는 기획을 시각적으로 잘 표현해주는 사람에만 머물고 싶은 게 아니었다.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설계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책에서는 이런 역할을 ‘툴러’라고 표현한다. 기획팀에서 “이런 이런 거 만들어 주세요”라고 하면 그것을 만드는 사람. 저자는 전통적인 디자이너 역할을 깨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하는데, 이 부분이 내 경험과 바로 연결됐다.

AI 시대에 달라지는 디자이너의 역할
책에서는 AI 시대에는 누구나 UI를 만들 수 있고, 디자이너의 감각이나 협업 방식도 점점 도구로 분산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디자이너는 여전히 툴러로 존재하면 안 되고, 도구를 활용해 같이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결국 디자이너의 역할은 비즈니스 전략과 UX를 통합적으로 고민하는 쪽으로 확장되고 있다. 무엇을 왜 만드는지 가장 깊게 고민하는 사람. 팀이 디자이너에게 기대하는 관점도 그만큼 넓어진 것 같다.

뾰족하지 않음에 대한 불안
저자가 토스 초기에 커리어가 뾰족해지지 않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는 부분도 공감됐다. 폭넓은 경험을 하는 건 좋은데,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 같은 불안. CS 응대 자료를 만들면서도 이게 디자이너의 일인가 의구심이 들 수 있었을 텐데, 저자는 사용자 응대도 경험 설계의 일부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나도 AI가 많은 것을 대체하는 시대에 “내 전문성은 어디로 가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저자는 AI 시대가 오기 전부터 이미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디자이너의 외연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디자이너는 하나로 딱 정의되는 직무라기보다, 여러 역할과 경험의 집합에 가까운 것 같다.

기준과 주관은 실행 속에서 생긴다
저자가 입사 후 3년 동안 자신이 만든 디자인이 늘 불안했다고 한 부분은 위로가 됐다. 나도 지금 여전히 그런 불안을 겪고 있는 것 같은데, 3년이라는 시간을 딱 말해주니까 이상하게 안심이 됐다. 물론 저자는 그 시간을 허투루 보낸 게 아니라 치열하게 보냈기 때문에 기준과 주관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토스 내부 도구를 만드는 팀에서 6개월 동안 20개가 넘는 제품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완벽함보다 실행, 실행 이후의 학습. 압도적인 양으로 시도하면서 패턴을 읽고 직관을 훈련하는 과정이라는 말이 지금 내가 겪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나도 뭘 잘 알고 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들어가 있을 때가 많다. 완벽하게 알고 시작하기보다 먼저 실행하고, 실행 이후에 학습해서 다음 실행을 보완하는 과정을 겪고 있다. 그래서 내가 틀리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이름
짧았던 이전 회사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 회사가 디자이너를 툴러로 보지 않는 환경이라는 점의 특별함을 덜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이름이 왜 나왔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더 잘 느끼게 해줬다.

조금 오글거리지만, 읽으면서 “내가 진짜 디자이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건 단순히 잘 그리는 일이 아니라, 문제를 이해하고 설계하고 실행하면서 더 나은 방향을 찾아가는 일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의 내용이 더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