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른 프로덕트 팀에서 일상 관리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앱을 만들고 있는 디자이너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UI를 만들면서 고민이 많다고 하셔서, 오늘 1시간 반 정도 그 제품에 대해 같이 이야기했다. 나는 그 제품에 꽤 많이 공감했다. 나 역시 일상 관리에 대한 니즈가 크고, AI의 도움을 받고 싶다고 자주 느낀다. 다만 일반적인 AI 채팅을 쓰려면 내가 너무 많은 맥락을 직접 주입해야 하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 자체가 부족할 때도 많다. 그래서 내 에너지 레벨과 상황까지 고려해주는 제품이 있다면, 나는 충분히 그런 앱을 쓸 것 같았다.
공감이 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떠올랐다. 나라면 이런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보여줄 것 같다거나, 이런 흐름이면 유저가 더 잘 이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었다. 남의 이야기에 조언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쉬웠다. 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더 과감하게 말할 수 있었고, “그냥 이렇게 해보면 되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대화를 마치고 나니 마음이 조금 복잡해졌다. 내가 정말 도움이 되는 말을 한 걸까, 아니면 그냥 내 생각을 많이 말한 걸까.

제품을 만들 때 유저에게 물어봐야 한다는 말도 맞지만, 동시에 유저가 입 밖으로 말하는 해결책을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는 말도 있다. 유저는 자동차가 아닌 더 빠른 말을 원한다고 말할 수 있다는 식의 비유처럼 말이다. 나 역시 오늘 사용자이자 동료의 입장에서 여러 의견을 냈지만, 그것이 곧 정답이라고 생각하면 위험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내가 보기에는 꽤 좋은 방향이라고 느꼈고, 그래서 더 열심히 말했던 것 같다. 도움을 주고 싶었고, 실제로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오늘 새롭게 느낀 것은, 피드백을 주는 사람의 마음도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내가 주로 피드백을 받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피드백을 주는 사람이 어떤 마음인지 깊게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막상 내가 시간을 내고, 상대의 제품을 내 일처럼 생각하고, 진지하게 의견을 전하고 나니 나도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었다. 내 말이 그대로 반영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조금은 있었고, 적어도 내가 쓴 시간과 마음이 어디에 닿았는지는 알고 싶었다.
이건 단순히 인정받고 싶은 마음만은 아닌 것 같다. 내가 바랐던 것은 “내 말대로 해주세요”가 아니라, “어떤 부분이 도움이 됐는지 알고 싶어요”에 가까웠다. 그 피드백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이 관점은 생각을 바꿔줬어요”, “이건 유저에게 한번 물어볼게요”, “이 부분은 지금 바로 반영하긴 어렵지만 문제를 다르게 보게 됐어요” 같은 작은 말이어도 충분했을 것 같다. 내가 준 에너지가 허공으로 사라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생각 안에 조금이라도 들어갔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도움을 줄 때 내 기대를 아예 없는 척하기보다, 작게 말해보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제가 오늘 꽤 몰입해서 같이 생각해본 거라, 나중에 어떤 부분이 조금이라도 도움 됐는지만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대로 반영 안 돼도 괜찮고요.” 이 말은 상대를 압박하지 않으면서도, 내가 필요로 하는 피드백 루프를 열어둔다.
오늘 대화는 제품에 대한 조언이기도 했지만, 나에게는 도움을 주는 방식에 대한 배움이기도 했다. 누군가의 문제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내 시간을 써서 같이 생각하는 일은 분명 좋은 일이다. 다만 그 마음이 건강하게 이어지려면, 나도 내가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좋은 피드백은 받는 사람만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주는 사람에게도 기여의 감각을 돌려준다. 앞으로는 더 잘 퍼주기 위해서라도, 내가 바라는 작은 응답을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해보고 싶다. 복잡한 마음이긴 하지만 어쨌든..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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