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완벽한 체계를 선언하지 말고, 매일 하나씩 좋은 의사결정을 저장하자"는 7일 챌린지를 시작했다([6월 TIL #10] 디자인 시스템 앞에서 자꾸 멈추는 이유). 버튼 하나, 색 하나, 검색 결과 아이템 하나여도 된다는 규칙이었다. 색 토큰 정리부터 시작했는데, 며칠 만에 멈췄다.
그 멈춘 시점부터 제품의 핵심인 PDF Viewer UI를 전반전으로 리뉴얼하는 작업을 했고, 오늘 1차 작업을 끝냈다. 오늘은 그 2주 반의 작업과 그때 내린 결정들을 문서로 정리했다. 내가 봐도 급발진같아 보이긴 하는데(ㅋㅋ..) '하나씩'에서 '전체 리뉴얼'로 변경한 이유는, 어떤 의사결정도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그 '하나씩'을 시도하다가 알게 됐기 때문이다. 하나의 결정이 컴포넌트와, 더 나아가 기능 그리고 경험에 연결돼 있었다.
하나를 정하려면 전체가 필요했다
챌린지 논리대로라면 "오늘은 이것 하나만 결정"하면 되는 날들이 있었다. 그런데 버튼이든 색이든 폰트든, 하나를 표준화하려고 들면 그게 어디에 왜 쓰이는지 전체를 알아야 기준이 정해졌다. 개별 요소 하나만 떼어서는 결정할 수 없었다. 예를 들어 타이포가 그랬다. 원본 제품엔 폰트 크기 체계가 없어서 몇 가지로 줄여 기준을 잡기로 했다. 그런데 몇 개로, 어떤 기준으로 줄일지 생각하다 보니, 어떤 크기를 남기고 버릴지는 그 크기가 상단바·사이드바·배지·본문 어디에 왜 쓰이는지 전체를 알아야 정해졌다. 타이포 하나의 기준이 제품 전체에 연결돼 있었다.

개별 최적화에서 근거와 목적으로
돌아보면 "매일 하나씩"은 멈춰 있던 작업을 시작하게 하려는 장치지 그 자체가 디자인 시스템을 만드는 방법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내가 목표로 적은 것도 "좋은 의사결정을 저장하는 경험을 만드는 것"이었다. 좋은 결정은 개별 요소가 아니라 그것을 관통하는 근거와 목적에서 나올 것 같다는 생각에 개별 결정을 멈추고 근거부터 정리했다.
근거는 두 곳에서 같은 지점을 가리켰다. 유저 구독 취소 설문 신호는 무엇이 불편한지를, Nielsen 사용성 휴리스틱 평가는 왜 불편한지를 짚었다. 17개월간 응답에서 "UI가 불편함"은 여섯 개 분기 내내 반복해서 상위 불편으로 꼽혔다. 휴리스틱으로 점검하니 시스템 상태의 가시성, 재인 > 기억, 일관성 위반이 반복 확인됐다. 두 근거가 같은 지점을 가리켰고, 며칠 전 공부한 지각된 가치와 인지된 비용 개념을 목적의 두 축으로 삼았다. 인지된 비용을 낮추고, 지각된 가치를 높인다.
새 기능이 아니라 규칙을 다시 세운 것
인지된 비용은 이걸 쓰는 데 드는 상호작용 비용(interaction cost), 곧 머리 쓰기(판단·기억)와 몸 쓰기(클릭·이동)다. 지각된 가치는 이걸 써서 얻는 이득, 첫인상과 이득의 가시성이다. 각 변경이 두 축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표시하고, 그 판단의 근거로 UX 원칙을 적었다. 몇 개만 보면 이렇다.
- 버튼 상태: 켜짐이 hover의 흐린 복제본이라 무엇이 활성인지 판별하기 어려웠다. 켜짐에만 전용 표시(칩 배경과 안쪽 테두리)를 줬다. → 비용↓ (시스템 상태의 가시성)
- 사이드바: 닫으면 안의 것이 통째로 사라져 기능이 있는지도 몰랐다. 접어도 아이콘 레일이 남고, 하이라이트·설명·주석 탭에 실시간 개수 배지를 달았다. → 가치↑·비용↓ (재인 > 기억)
- 설명 팝오버: PDF 확대 배율에 묶여 크기가 함께 커지고 작아졌다. 화면 좌표 기준 카드로 분리해 배율과 무관하게 일정한 크기로 뒀다. → 비용↓ (예측 가능성)
이런 식으로 공통 기반, 상단바, 사이드바, 설명 팝오버, 설정까지 다섯 개 영역에 걸쳐 열세 개 항목을 같은 형식으로 정리했다.
뒤늦게 이름을 알게 된 것
돌아보면 그땐 "매일 하나씩 저장하자"는 규칙으로 작업을 시작해보려 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건 근본적으로 개별로는 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나의 결정이 전체에 연결돼 있어서, 하나씩 떼어 저장한다는 접근이 성립하기 어려웠다. 이 작업을 정리하다 인터페이스 인벤토리라는 방법을 알게 됐다. 제품의 UI 조각을 전부 모아 시스템으로 정리하는 작업인데, 애초에 개별 요소를 하나씩 떼어 판단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내가 부딪힌 게 이 전제였다. 개별로는 못 정하고 전체를 놓고 정해야 한다는 것. 이건 따로 더 공부해보려 한다.
오늘 1차 작업을 마무리하고 내일 팀원들에게 공유하기 위한 문서를 작성하며, 이 작업을 하게 된 생각의 흐름을 정리해보고 싶었다. 동료들과 유저들에게 받게 될 반응이 두렵기도 하면서 더 좋아지길 바라며 한 작업이기 때문에 듣게 될 좋은 피드백이 기대되기도 하는 그런 상태이다. 만드는 과정에서 동료 1명에게밖에 보여주지 않았다는 게 두려움이 더 크다는 증거 같은데, 그래도 이걸 깨고 솔직한 피드백을 받고 진짜 개선을 위한 개선 작업에 더 가까워져야겠지. 암튼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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