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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TIL #5] 아는 것과 하는 것 사이 knowing-doing gap

besoluble 장은솔 2026. 7. 8. 09:41

어제 두 가지 일을 하는 내내 묘하게 괴로웠다. 하나는 다음 날 있을 팀 미팅 진행안을 준비하는 일이었고, 다른 하나는 새 기능 하나를 동료와 함께 방향을 잡는 일이었다. 성격이 꽤 다른 두 일인데, 괴로움을 느낀 포인트가 비슷했다.

미팅 준비는 "여기까지만 준비하면 된다"를 스스로 못 정해서 범위가 계속 커졌고, 짝작업은 대화를 나눌수록 머릿속이 오히려 더 복잡해졌다. 바라는 건 큰데 그걸 무엇부터 어떻게 할지가 안 잡히니까,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문제는 그 사실 자체가 아니라 마음이 급해서 그 미정의 상태를 못 견디는 + 이걸 내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부족한 상태에 있다는 셀프 진단을 내렸다.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었다

처음엔 방법을 몰라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상황을 다루는 좋은 방법을 나는 알고 있다. 큰 기회를 잘게 쪼개 작은 실험으로 검증하는 Opportunity Solution Tree도, 유저 여정을 관통하는 가장 얇은 한 조각부터 내보내는 스토리맵의 슬라이싱도 개념으로는 익숙하다. 문제는 그렇게 끝까지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해본 적이 없으니, 이 뿌연 중간 과정이 결국엔 뭔가로 정리된다는 걸 몸이 믿지 못한달까..

아는 것과 하는 것 사이

이 간극에 이름을 붙여준 글을 하나 읽었다. 교사들을 위한 뉴스레터를 쓰는 Peps McCrea의 The Knowing-Doing Gap이다. 좋은 교육법을 배우고 남에게 권하기까지 하면서도, 정작 자기 수업에서는 예전 방식대로 하고 그 모순을 스스로 눈치채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저자 본인의 예가 인상적이었다. 인지부하 이론을 분명히 배웠는데도, 학생들이 혼자 문제를 푸는 시간에 옆에서 계속 설명을 늘어놓고 있더라는 것이다.

https://snacks.pepsmccrea.com/p/the-knowing-doing-gap

McCrea는 아는 것이 하는 것으로 넘어가려면 네 가지가 다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 Insight: 그 개념을 이해하는 것
  • Model: 잘 해내는 예시를 실제로 보는 것
  • Practice: 피드백을 받으며 직접 연습하는 것
  • Habit: 그 행동을 습관으로 굳히는 것


이 중 하나라도 없으면 배운 건 실제 행동으로 바뀌지 않는다. 내 상태를 여기에 대보니 분명했다. 나는 Insight 하나만 갖고 있었다. 잘하는 사람이 이걸 실제로 어떻게 하는지 본 적도(Model), 작게라도 직접 끝까지 해본 적도(Practice), 그게 몸에 밴 적도(Habit) 없었다. 그래서 결국 이 글에 나오는 "Most of the time what we do is what we do most of the time." 즉 우리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평소에 가장 많이 하던 그것을 하게 된다. 만약 이걸 깨지 못하면 설계와 의도는 모호한채로 솔루션부터 개발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진짜 정답일까

여기까지 왔을 때 한 가지가 더 걸렸다. 설령 내가 그 방법들을 연습해서 습관으로 만든다 해도, 그것만으로 이 문제가 다 풀리진 않았을 것 같았다. 우리 제품은 이미 굴러가고 있다. 유저는 각자의 방식으로 이미 쓰고 있고, 검색과 라이브러리와 뷰어가 서로 얽혀 있어서 하나를 건드리면 다른 게 흔들린다. 여기엔 "되나 안 되나"가 없다. 그래서 무엇을 남길지 기준을 내가 직접 세워야 하는데, 그 기준이 없으니 무엇을 골라도 자의적으로 느껴진다. 어제 느낀 애매함의 정체가 이거였다. 고를 게 없어서가 아니라, 고르는 기준을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걸 안 해본 것이다.

결국 이미 있는 것을 두고 무엇을 개선할지 정하는 일은, 여러 조건을 한꺼번에 저울에 올려 판단하는 일이다. 어떤 유저를 볼지, 어떤 불편이 더 급한지, 그걸 고치면 다른 기능과 어떻게 맞물리는지, 이번 주에 감당할 수 있는지. 어떤 방법론도 이 판단을 대신 내려주지 않는다. 방법은 가이드만 줄 뿐이고, 마지막 판단은 불확실한 채로 우리가 내려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정리하다보니 아직 안 해본 일 앞에서 당연히 나오는 반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 앞으로는 이렇게 해봐야겠다는 것을 정리해봤다. 근데 진짜 이게 내재화돼서 나만의 방식으로 진짜 풀어봐야 뭐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1. 조급함부터 인정한다. 정리되지 않은 상태를 못 견디고 마음이 급해져서 괴롭다는 걸 인식하자..
  2. 혼자만의 결정으로 두지 않는다. 어디까지를 논할지부터 동료와 함께 처음부터 얘기하면 된다.
  3. 나에게 맞는 방법을 의도적으로, 반복해서 찾는다. 결국 필요한 건 이미 있는 어떤 방법을 나만의 것으로 활용하는 과정이고 그건 여러 번의 연습으로만 만들어진다.


으아아.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