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더 잘하고 싶어서
오늘 사용자 인터뷰를 했다. 사실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평소보다 더 잘해보고 싶어서 공부도 하고 방법도 바꿔봤다. 그런데 막상 끝나고 보니 예전이랑 크게 다르지 않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쉬움이 남아서 다른 제품 팀들은 어떻게 인터뷰를 하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여러 자료를 보다가 한 영상이 와닿았다. 토스팀의 UX 리서치 사례였다.

https://youtu.be/gMKwMwKkzLo?si=xNnZPMds_FKNwtnN
토스팀의 사례: 가설은 어떻게 뾰족해지는가
🤔“토스머니를 가장 잘 쓰는 사람은 누구인가”
토스머니가 “은행 계좌랑 헷갈린다”는 피드백이 많이 들어왔고, 토스팀은 이 기능이 정말 가치가 있는지, 누구에게 필요한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토스머니를 잘 쓰는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 나섰다.
💭가설: 수수료까지 내며 쓰는 사람 = 토스머니 잘 쓰는 사람
송금 수수료 면제를 위해 유료 구독(토스프라임)까지 하며 토스머니를 쓰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런데 만나보니 이들도 결국 “편해서 쓰는 사람”이었다. 다른 은행 계좌로 옮겨도 큰 문제 없이 작업할 수 있는 사람들. 토스머니가 결정적이지는 않았다.
🔄질문 자체가 바뀐다: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은 누구인가
여기서 토스팀은 질문 자체를 바꿨다. “많이 쓰는 사람”이 아니라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발견한 게 은행 계좌가 없는 청소년이었다. 부모가 계좌 개설을 허락하지 않는 청소년들이 중고거래나 게임머니 결제를 위해 토스머니를 활용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토스머니는 정말로 대체 불가능한 서비스였다.

>>>💡배운 점
이 사례에서 인상 깊었던 건 결과 자체보다 과정이었다. 한 번의 인터뷰가 다음 인터뷰의 질문을 다르게 만든다는 점. 질문 프레임 자체를 바꿔가며 인터뷰의 방향성을 미세 조정해나간다는 것이었다!
내 인터뷰에 적용하기
내가 일하고 있는 제품은 AI 논문 뷰어 서비스이다. 논문 읽기 활동과 연계된 라이브러리/서지 관리 기능이 있는데, 어떤 사람은 잘 쓰고 어떤 사람은 거의 쓰지 않는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지 알고 싶어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첫 가설
라이브러리/ 서지 관리 기능 헤비 유저는 Notion 같은 도구가 필요 없을 것이다
데이터상 라이브러리 기능을 충실하게 쓰고 있는 분을 만났다. “이 정도로 잘 쓴다면 논문 관련 작업은 우리 제품에서 다 해결할 거고, Notion 같은 별도 도구는 거의 안 쓰지 않을까?”
🚨결과: 빗나간 가설
라이브러리에 논문을 넣으면 바로 AI로 읽을 준비가 되고, 태그/폴더링 같은 정리 기능도 충분했다. 그래서 기존에 쓰던 Zotero(서지 관리 도구)와 Notion 조합에서 우리 제품으로 옮겨왔다. 여기까진 그럴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Notion을 떠난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새로운 발견
이분의 머릿속에서 Notion은 두 가지 일을 하고 있었다. 하나는 서지 관리, 다른 하나는 아이디어 기록. 이 중 서지 관리만 우리 제품으로 옮겨갔고, 아이디어 기록은 여전히 Notion에서 한다. 그리고 여러 논문 사이의 디테일이나 차이점을 떠올려야 할 때는 우리 제품 라이브러리로 돌아와서 들여다본다.
즉 이분은 Moonlight가 Notion을 “대체”한 게 아니라, 두 도구를 다른 역할로 분업시켜 쓰고 있었다.

🕹️미세조정
여기서 가설의 방향성이 바꿔 생각해볼 수 있었다. 아이디어와 서지 관리가 엮여 있는 사람은 Notion 중심으로 쓰고, 분리된 사람은 Moonlight와 Notion을 병행해서 쓸 것이다.

다음 인터뷰는 라이브러리를 거의 쓰지 않고 AI 읽기 기능만 쓰는 분이다. 오늘 만난 분과 정반대 패턴이다. 두 사람을 비교하면 “오늘 만난 분을 그렇게 만든 결정적 차이”가 무엇인지 더 선명해질 것이다. 그게 가설을 한 번 더 뾰족하게 만들어줄 것이고.
마무리
토스 사례와 닮은 지점
두 경우 모두, 인터뷰를 통해 인터뷰 질문 자체가 진화했다. 토스가 “잘 쓰는 사람”에서 “없으면 안 되는 사람”으로 질문 프레임을 바꿨듯, 나도 “Moonlight가 Notion을 대체할까”에서 “두 도구가 어떻게 분업하는가”로 질문이 바뀌었고, 거기서 “분리/통합”이라는 새로운 축이 나왔다.
그래서 알게 된 것
UX 리서치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5명만 인터뷰해도 충분하다.” 처음엔 이 숫자가 잘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이렇데 정리를 해보고 나니까 이해됐다. 인터뷰의 방향성을 미세 조정하며 다섯 명을 채우고 나면, 첫 번째 인터뷰를 시작할 때와 마지막 인터뷰를 끝낼 때 머릿속의 그림이 완전히 달라져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섯 명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다섯 번의 학습이면 충분하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이해하기로 했다.

항상 막막했던 것들이 이렇게 글을 마무리 짓는 순간에 풀려 있어서 좋다. 인터뷰를 더 잘하는 그날까지..!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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