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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TIL #12] 야크 털을 깎고 있진 않나요?

besoluble 장은솔 2026. 4. 22. 23:00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경험 있을 것 같다.

문제 하나 발견하고 신나서 파고들었는데, 파보니 다른 문제가 딸려 있고, 또 딸려 있고, 어느 순간 신남은 막막함으로 바뀌어 있는 그런 순간.

오늘 내가 그랬다.

📍상황 — 잡초를 당겼더니 무 알타리가 줄줄

팀원 분께서 “번역 폰트 사이즈 분리” 프로토타입에 대한 리뷰를 요청하셨고, 나는 검토를 하다가 작은 의문 하나를 품었다. “px 값을 유저에게 선택지로 주는 게 맞나?”
그런데 당기니까 줄줄 나왔다.

px 숫자 노출이 사용자 언어가 아닌 문제
기존 Appearance 설정도 이미 같은 문제
Appearance의 Font Size가 사실 폰트만 키우는 게 아니었다는 버그
Appearance 설정 위치 자체를 유저가 못 찾는 문제
그리고 근본 질문 — 왜 사용자는 굳이 번역만 키우고 싶어하는가?
잡초 하나 뽑으려 했는데 알타리가 줄줄 딸려 나오는😨


📍현상 — Yak Shaving

이런 비슷한 상황에 대한 재밌는 표현을 이 글을 읽고 알게 되었다.
https://brunch.co.kr/@lesstif/4
출처: 야크 털 깎기(Yak Shaving) - 정광섭 님의 글

세스 고딘의 책에 나오는 예시,
야크 털 깎기 (Yak Shaving).

봄이 왔으니 세차를 해야겠네. 호스가 겨우내 터졌네. 홈디포에서 새 걸 사야겠군. 다리를 건너려면 EzPass가 필요한데. 옆집 Bob한테 빌려야겠군. 근데 아들이 Bob한테 베개를 빌려갔었지. 그거 돌려주기 전엔 안 빌려줄 텐데. 베개에 야크 털이 빠져서 지금 돌려줄 수가 없네. 그래서 세차를 하려고 동물원에서 야크 털을 깎는 중.

어떤 목적을 위해 원래 목적과 전혀 상관없는 일들을 계속하게 되는 상황, 그중 마지막 작업이 바로 야크 털 깎기였다.

📍전환 — 야크 털 깎기 전 멈추기

예전의 나였으면 저 알타리들 하나씩 다 쫓아다녔을 것이다. 각각 파고들고, 각각 해결하려 하고, 그러다 ”원래 해결하려던 문제가 뭐였지?“라며 현타가 왔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두 가지 덕분에 멈출 수 있었다.

① 팀원들에게 알리기
발견한 문제들을 팀원들에게 꺼내놨다. 얘기하다 보니 더 핵심적인 문제 정의를 해볼 수도 있었고, 근본적으로 관련 문제가 안 생기려면 세워야하는 원칙에 대해 논해볼 수도 있었다. 다행히 여기서 막막함이 많이 해소되었다.

② 휘동 님 우선순위 판단 스킬
문제 목록을 펼쳐놓고 “이번에 풀어야 하는 건 뭐고, 백로그로 빼둘 건 뭐인가”를 구조적으로 볼 수 있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P0(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것)으로 이 작업을 시작 하신 분과 유저가 실제 격는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 해 보라고 한 것이다. (역시 스킬의 퀄리티가 달랐다 ㄷㄷ)

마무리

Yak Shaving이 항상 나쁜 건 아니다. Slack처럼 비록 메인이었던 무언가(게임 개발)는 망했지만 그 곁다리(팀 내부 소통 도구)가 오히려 대박나는 일들도 많이 있으니.

문제는 Yak Shaving 자체가 아니라 무심결에 빨려들어가는 것이다. 발견한 야크를 지금 깎을지, 나중에 깎을지, 누가 깎을지를 의식적으로 고를 수 있으면 되는 것 같다. 굿!